
우리는 대개 효용과 결과를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삶은 끊임없이 재단되고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당장의 쓸모는 불분명하고, 때로는 비효율적이며 목적 없이 지속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은 효율성을 강요하는 기존의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 《》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사용되는 닫는 태그(closing tag)의 형식을 차용한다. 꺾쇠괄호(<>)와 슬래시(/)가 결합된 >는 문장의 마침표처럼 그 안의 텍스트가 완결되었음을 의미하는 코딩 기호다. 여기서 ‘otherland’는 세상 밖의 세계이자, 드러나지 않은 여백의 영역을 뜻한다. 전시 제목은 이 기호와 단어를 결합하여,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것들이 ‘작품’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물로 완성되어 세상 안으로 진입함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작가는 언어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기억과 감각, 그곳에 머물던 감정과 생각들을 끌어올려 실재하는 세계 위에 펼쳐 보인다.
송명진의 화면에는 사람의 신체 일부를 닮은 기묘한 형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뛰고, 흔들리고, 서로 얽힌 채 화면 위를 가로지른다. 개별성이 지워진 존재들은 무리를 이루어 무언가를 따라가거나 위태로운 균형을 이어간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들을 특유의 리듬감 있는 화면으로 풀어내며,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삶을 지속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신작 〈Finger Play 4〉에는 규정되지 않은 미지의 존재이자,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와 욕망의 상징인 ‘흰 공’이 등장한다. 이 공들은 보랏빛 리본에 둘러싸여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린다. 그 사이로 불쑥 개입하는 거대한 손 역시 화면의 흐름을 끊어내며 새로운 관계와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예기치 못한 뒤엉킴 속에서 공이 나아가는 과정은,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개입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해 가는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송명진은 삶의 목적과 쓸모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와 상황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장면을 통해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효율과 기능 중심의 세계, 그 바깥에 존재하는 인간 내면의 ‘또 다른 세계(otherland)’를 통해, 쓸모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 역시 우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일부임을 이야기한다.
2026.06.12 ~ 2026.07.25
작가 송명진(b.1973)은 홍익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4년 ‘Shall we dance’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12년 ‘Undone’ (갤러리 인, 서울), 2010년 ‘Being in Folding’ (Ctrl Gallery, 휴스턴, 미국), 2009년 ‘Fishing on the Flat’ (성곡미술관, 서울) 등이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소마미술관, 대구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제주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대구미술관, 송은문화재단, Omi International Arts Center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현재 갤러리퍼플 스튜디오 (galleryPURPLE STUDIO)에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1. Finger Play 4, 73x91cm, Acrylic on canvas, 2026


3. Swinging 2,
65x53cm, Acrylic on canvas, 2026

4. Shall we dance 2, 227.3x162cm, Acrylic on canvas, 2024

5. Shall we dance 4, 227.3x162cm, Acrylic on canvas, 2024

6. 두 개의 섬 2, 180x70cm, Acrylic on Canvas, 2024